(review)greenhouse at the end of the earth

  • 그림일기
  • 독후감

posted on 05 Feb 2022 under category picture_diary

‘지구 끝의 온실’을 읽고

심보배 강력 추천작 지구 끝의 온실

지구끝의 온실

  • 김초엽 작가 팬을 친구로 둔 심보배양의 추천으로 책 선정

시작

‘밤의 여행자들’을 읽은 후의 마음의 양식에 흡족해 하고 있을 때 밤의여행자들보다 더 재밌게 읽었다는 와이프의 추천을 받아서 이책을 읽게 되었다. Sci-Fi 장르를 즐겨 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재밌는 SF책이라는 말에 SF물을 좋아하는 나에겐 이책은 꽤 괜찮은 책으로 다가왔다.

책은 프롤로그를 지나면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와 2장, 1장과 3장이 시간상 연결되고 프롤로그와 2장은 과거를 다루고 1장과 3장은 해당시점 보다 미래를 다루고 있다. 타임라인이 쭉 이어지지 않고 안칸씩 끊어져 있지만 이정도면 읽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프롤로그를 읽고 1장 마지막 프롤로그의 등장한 랑가노의 마녀들이 재등장 전에는 장별로 연결하기 어려움이 있었다.

프림빌리지

책은 집에두고 기억에 의존하여 쓰는 독후감이다보니 가장 생각나는 것은 2장이다. 제목 그대로 지구 끝의 온실을 의미한다고 하는 ‘프림빌리지’가 2장의 제목인데 ‘더스트’라는 인재(人災) 후의 ‘돔’이라 불리우는 폭력적이고 기득권을 상징하는 주류를 벗어난 마을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더스트 발발 후 더스트를 차단하는 돔을 씌워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성공한 도시들을 ‘돔’이라고 부르는데 멸종의 시대에 ‘돔’은 뭔가 약육강식에 도덕성을 상실한 공간으로 그려진다. 몇몇 사람에게는 더스트에 내성이 있는데 이를 ‘내성종’이라 부르고 ‘돔’에서는 내성종을 발견 시 인체실험도 스스럼없이 자행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런 지옥을 벗어난 여러 대안 공동체 중 흡사 천국과 같은 이상향중 하나로 프림빌리지를 그리고 있다. 프롤로그에 나왔던 나오미의 시선을 따라 프림빌리지의 생활을 따라가게 되는데 특별히 상상하기 어려운 공상도 없거니와 과학적으로도 탄탄한 조사를 통해 그럴듯 하게 풀어낸 설명이 머리속으로 스토리를 그려가며 책을 읽어가기에 어렵지 않았다. 와이프는 이것을 두고 책이 술술 읽힌다고 이야기 하였다.

나만의 반전

나는 장르물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이다. 사실 이야기가 있는 모든것을 좋아하는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 책에서 그려지는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따라가면서 느끼는 경험은 평범한 삶속에 큰 자극이 된다. 그런 맥락에서 이 SF 물은 또하나의 재미를 나에게 주었다. 주인공을 따라가며 머릿속으로 그리는 나는 더스트에 내성이 있는 ‘내성종’으로 프림빌리지에서 정찰을하고 또 공동체가 무너진 이후 이곳저곳으로 떠나는 급박함속에 존재했다.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3장 초반쯤 읽고 있던 나에게 크나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해당작가의 다른책을 읽던 와이프가 해당작가의 페미니즘 성향에 대해 설명해 주면서 이 작가가 그리는 스토리속 등장인물은 모두 여자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돌아온 스토리속에 나는 내 상상만큼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었고 그건 이책에 대한 나의 애정을 떨어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3장 중반부에 나오길 내성종은 여자에게서만 발현된다고 쓰여있었고 그 글귀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기득권이자 폭력적이고 악으로 비쳐지던 ‘돔’과 돔 수용인원 증가를 막기 위해 사롭게 돔에 접근하는 사람들을 살육하던 군인과 살인기계 무리 어딘가에 내가 있을터였다. 스토리속 작가의 혐오의 칼끝은 나를 향해있었고 스토리 뒤에 작가와 그 작가의 결여된 무언가를 마주한 뒤에 이 책의 스토리는 더이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얼른 책을 덮고 싶었다.

독서 후 감상

마지막 부분은 이러한 이유로 팔장을 끼고 한발짝 떨어져서 보게 되었다. 프림빌리지에서 흩어진 여성들이 모스바나를 전 대륙에 퍼트려 더스트 1차 감소를 일으켰고 그로인에 지구를 구했다는 이야기를 보며 아니 호버카 하나로 대륙을 건너고 대양을 건너서 전세계에 다다랐다고? 라며 ‘Sci-Fi’ 공상 과학 장르의 과학적이지 못함을 태클걸기도 하였다. 와이프 독서모임에도 호버카가 어떻게 생겼는지 토론을 했다고 하였는데 사실 대륙을 건너고 대양을 건너려면 핵연료에 와이프가 설명한것보다 더 큰 형태가 되어야 할것 같았다. 뭐 이런저런 생각을하며 궁시렁대다보니 막바지에 이르렀다. 마지막에는 감동파트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감동스토리, 사랑, 우정 비슷한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물론 이책에 대한 나의 거리감과 과학적이기엔 뭔가 흐지부지 넘어간 부분을 제외하면 충분히 감동적이고 좋은 결말이었다. 와이프는 레이첼의 성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고 그 이야기는 이 책 속 사랑이야기가 동성애인지 이성애인지 아니면 다른 그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나름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물론 작가의 의도대로라면 이 스토리를 이끌어가고 중요한 인물인 레이첼은 여성이겠지만)

SF는 사이언스 픽션의 약자로 과학을 주제로한 픽션을 의미한다. 과학적으로도 탄탄한 이야기였고 확실히 현실적이지 않은 픽션을 잘 다룬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Science Fiction 장르보다는 스타워즈와 같은 Science Fatasy 장르의 소설로 불리우는게 더 적합한 이야기로 보이고 분명히 작가의 판타지를 충분하게 충족하는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물론 작가 상상속 폭력의 세계를 벗어닌 지구끝의 온실 이야기를 너무 폭력적인 방법으로 설명한것이 단점이지만…

사실 상업 작가가 가장 잘팔릴 책을 쓰는건 당연하고 ‘페미니즘’은 작가로서 사랑받기에도 책을 판매하기에도 너무나도 좋은 소재임을 알기에 이 책 스토리 이면의 사상에 대해 개인적 감상 이상의 비판이나 혹은 비난을 담고 싶지는 않다. 그런걸 모두 차치하고서라도 매력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는 책임은 분명하고 곳곳에 있는 아름다운 문장으로도 이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읽을 책은 집에 쟁여두고 있는 책중에 고를 예정인데, 아직 미정이다.